10. 발톱
-강여빈
여자가 잠든 사내의 발톱을 깎는다
엄지발톱은 성장점을 멈추고 더는 자라지 않았다
아귀가 맞지 않은 미닫이문을 손질하던
사내가 힘껏 문살을 미는 순간
유리문 한 짝이 사내의 발등에 내리꽂혔다
그때 빠져나간 엄지발톱
그렇게 사내의 세상은 각이 지고
헐거워지며 어긋났다
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모로 누운
사내의 엄지발톱을 여자가 줄로 궁글린다
사내의 힘은 살 속으로 뿌리를 내린 엄지발톱에서 나온다
울타리를 단단히 여미느라 고행이었을 발톱
손톱깎이와 발톱이 맞닿을 때마다 찰칵거리던
기억 속에서 가물거리는 엄지발톱
서서히 마모되어 검게 그늘 친
바보 발톱