붉은 방
-강여빈
사내의 바지 주머니에서
꼬깃꼬깃 접힌 정동진역 기차표가 나왔다
밀린 급여도 받지 못한 채 밀려난 사내
갓 돌이 지난 아기와 함께 밤차를 탔다
길은 막막하였고
사방이 어두웠다
한참을 달리니 해가 돋았다
한 뼘 볕을 놓쳐버린 사내의 여자가 컵 밥을 차렸다
소나무 밑 사내의 어깨너머로 기차가 지나갔다
여자가 밥알을 씹자 바다가 잔물결 쳤다
사내는 새처럼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았다
빈 담뱃갑을 접어서 종이비행기를 띄웠다
아기는 종이비행기를 타고 잠이 들었다
젖을 뗀 아기의 눈에 마른 눈물 자욱이 말라붙었다
접힌 기차표에서 바다가 출렁거렸다
기차표를 곱게 접어 주머니 깊숙이 묻는 여자
여자는 바다를 놓지 않았다
사내의 방에
날마다 붉은 해가 돋았다